빈속의 첫잔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5/11 역시 <조선>의 김대중씨는 위대한 문필가
 “이미 오래 전에 그의 글 읽기를 '끊은' 필자가 오랜만에 <조선일보> 김대중씨의 글을 읽는 것은 참으로 고역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맞는 말이 하나도 없는 글을 쓴다는 것도 기술이라면 참으로 놀라운 기술이다.” 5년 전에 쓴 글이다.


당시 황우석 사태를 둘러싸고 그에게 비판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매체를 모조리 ‘좌파’로 매도하는 ‘늙은’ 우파 언론인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을 쓰면서 앞부분에 적은 내용이다.


5년 만에 그 사람 칼럼 한 편을 읽게 됐다. 제목은 ‘노무현씨를 버리자’(조선일보 4월 27일자) 김씨의 글을 볼 때 자주 느끼는 것은 의도적인지, 세월 때문인지 ‘오독’의 수준이 비범하다는 점이다. 이번 글에서도 그는 역시 필자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김씨의 칼럼은 이렇게 시작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주 자신의 홈페이지(사람 사는 세상)를 폐쇄하면서 자신은 이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명예도, 도덕적 신뢰도 바닥이 났다’면서 다만 '피의자로서의 권리'만은 지키고 싶다고 했다. 참으로 졸렬한 발상이다.”


그의 화려한 오독의 솜씨는 그 다음에 발휘된다. “‘노무현’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가 전직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전직의 명예’가 무너진 마당에 사법절차에나 매달리겠다니 인간이 불쌍하다는 생각뿐이다. 노씨가 배운 ‘그 잘난 법’은 이제 독이 되어 그나마 남은 자존심마저 마비시키는 꼴이다.”


노 전 대통령의 글이 어떻게 사법절차에나 ‘매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 도저히 독해가 안 된다. 김씨의 칼럼을 읽어보면 그가 ‘불쌍하다’는 생각뿐이다. 그럼 노 전 대통령이 명예와 신뢰도가 바닥이 났으니, 법률적인 문제에 매달리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나를 ‘치외법권’ 지대에 내버려두라고 얘기했어야 한다는 뜻인지. 아니면 아직 지킬 명예와 도덕적 신뢰가 있다고 말하라고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도대체 김씨는 영향력 있다는 칼럼니스트로서의 ‘자존심마저 마비’된 건가. 마비된 건 자존심뿐만이 아닌 것 같다. 판단력도 마찬가지다. 이 사람은 그의 표현에 따르면 ‘잡범’에 불과한 노 전 대통령을 철저히 버리기 위해, 그를 법정에 세우지도 말자고 말하고 있다. 누구 맘대로. <조선일보>가 힘이 있다는 사실은 이번 장자연씨 사건 때 여실히 증명됐다지만, 참으로 제멋 대로다.   


거기다가 노 전 대통령이 2~3류 기업에서 뇌물을 받은 ‘생계형’ 뇌물 수준이라며, 스스로가 사용할 수 있는 온갖 능멸의 단어들을 쏟아낸다. 기대도 하지 않지만,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도 모르는 김씨다.


하지만 내가 더 표현하고 싶은 것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언어적 구타’에 대한 나의 반감이 아니다. 요즘 한참 검찰 발 뉴스에서 떠오르고 있는 천모씨 로부터 특별당비 30억 원을 대납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보도가 나오는 이 시점에서 현 대통령에게도 뭔 ‘말씀’ 한 마디 정도는 날려줘야 되는 거 아닌가? 그 분도 김씨 기준으로 보면 2~3류일 거 같은데.  거긴 동창이니까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나. 물러나면 하려고 참고 있나?


‘노무현’에게 ‘잡범, 불쌍한 인간’ 등등의 ‘추상같은 저질의’ 표현을 쓰는 것을 인정받으려면,  현직 대통령이 자기 소유 건물에 “2차가 될 거 같은” 수상한 업종이 입주해 장사하는 것을 정리하지 않고 있을 때, 자식들에게 편법으로 월급을 지불하는 등 ‘파렴치한’이라는 사실이 보도됐을 때 짐짓 한 말씀을 던져줘야 됐던 거 아닌가? 이것도 물러나면 할 생각인가?


독재자들이 군홧발로 제 나라 국민들을 짓밟을 때는 온갖 용비어천가를 부르면서, 인권은 경제 발전을 위해 버려져야 할 가치라고 곡필아세 하던 자들이, 북한 인권 문제에서만큼은 천하제일의 인권주의자들인 듯 보편적 가치를 외치는 꼴을 수없이 봐왔다.


이런 부류들 가운데 언론계에 종사하는 적지 않은 인간들은 ‘노무현 시대’에 언론 탄압 받았다고 길길이 날뛰다가, 이제 와서는 미네르바 하나를 못 잡아먹어서, 포털에 재갈을 물리지 못해서, 방송 채널 하나 챙기지 못해서 온갖 반언론적 작태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개 같은 1류’들이다.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의혹 중 확인된 것들-당사자들이 인정한 것-만 기준으로 해도, 충격적인 것들이어서, 그를 위한 변명을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김씨가 퍼부어대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능멸과 경멸은 참기 어렵다.  


대재벌들로부터 수천억 원 씩을 뜯어낸 전직 군 출신 대통령 등을 1류 대기업에서 ‘수금’한 것이라서, 생계가 아니라 이 땅의 정치발전을 위해 사용한 것이라서, 무슨 면죄부라고 받을 수 있는 것처럼 궤변을 늘어놓는 ‘고매한 1류’들의 행태에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넘어가면, 정신 건강에 이상이 생길 것 같아서 짧게 한 마디 적어 놓는다. 


그리고 한 마디 부연하자면, 그는 “이제 '노무현'은 우리에게 별 의미가 없어졌다. 전직 대통령의 명예도, 정치인으로서의 긍지도, 좌파 리더로서의 존재가치도 사라졌다.”고 말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좌파로 몰아붙이는 ‘저급한 상술’도 여전하다는 걸 짚고 넘어가야겠다. 한국의 좌파들이 그를 리더로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을 잘 아시면서.


웬만큼 술을 마셔도 토하지 않는 필자인데, 김씨의 글을 몇 줄만 읽으면 속이 미식거리는 걸 보면, 그가 대단한 문필가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Posted by 해찰